영어는 단답형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다녀온 태국 신혼여행의 기록
대한항공 키오스크를 처음 써봤지만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이틀 뒤 월요일이 되었다. 오후 5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시간은 넉넉했다. 3박 5일동안 친구가 와서 고양이들 밥과 화장실을 돌봐주기로 했기 때문에 약간의 청소를 했다. 옥탑방에 살던 시절부터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본 친구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치워놔야지. 12시가 넘어서 짐을 챙기고 나가 식사를 하고, 마침 공항리무진버스가 정류장에 닿자마자 도착하는 바람에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3시도 되지 않을 무렵이었다. 평소엔 약속시간에 곧잘 늦으면서 어째 공항에는 매번 일찍 도착하게 되는지.
좌석은 미리 배정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키오스크 기계로 탑승수속을 밟아봤다. 기다릴 필요 없이 간단하게 수속을 밟을 수 있어서 좋다. 좋긴 하다. 그런데 짐은 어디에다 맡겨야 하는 걸까? 키오스크 화면에는 왜 어디에 짐을 맡기라고 표시해주지 않는 걸까? 부근을 서성거리다가 웹체크인이라고 쓰여진 곳에서 짐을 맡겼는데, 수속을 해주겠지만 다음부턴 저기서 하라며 반대편을 가리킨다. 거기엔 '키오스크 고객'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었다. 미처 거기까지 가보진 못했네. 하지만 키오스크 화면이나 티켓에다 표시를 해줘야 할 꺼 아냐? 고객이 모두 대한항공 창구를 모두 꿰뚫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구석에 쓰여있는 것까지 찾아다니며 보라는 건가. 췟췟
출국심사까지 다 마치고도 3시가 겨우 넘었나 싶었다. 탑승까지는 두 시간도 더 남아있었다.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을 찾고, 인터넷에서 사지 못한 것들을 현장 면세점에서 직접 사기로 했다. 작년 겨울에 비하면 환율이 많이 떨어진 편이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운 가격이라 맘껏 지르지는 못했다. 게다가 뭐 하나 보려고 해도 점원들이 찰싹 달라붙어서 설명을 하는 바람에 부담스러워서 편하게 보기도 힘들었다. (자기 물건 사는 것 이외의) 쇼핑을 하기만 하면 급속도로 지치는 신랑 덕분에 오래 돌아다니기도 그랬고. 그래서 우리는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o-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
사실 동남아 노선은 '중,단거리' 노선에 속한다. 유럽이나 미국 가는 것에 비하면 짧다 이거지. 그러나 길어봤자 도쿄까지 두 시간 정도의 거리밖에 가보지 못한 나는 다섯 시간이 조금 넘는 긴(?) 비행이 지루하고 힘들었다. 자리배정을 잘 받아서 뒷자리엔 아무도 없고 화장실도 가까운 창가자리였다. 덕분에 의자는 마음껏 젖히고 화장실도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었지만 좁은 좌석에 몇 시간동안 앉아있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긴 하더라. 다섯 시간도 힘든데 도대체 열 두시간씩 어떻게 타고 가는 건가. 게다가 대한항공이니 좌석이 당연히 좋으리라 생각했건만 현실은 달랐다. 동남아 노선만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지 전에 탔던 일본 노선보다 좌석간격도 좁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비행기 기종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내가 대한항공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유럽도 다녀오셨던 아버지께 그 먼 거리를 어찌 다녀오셨냐고 여쭤봤더니 그냥 술마시고 자면 된다고.......-.-;;;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밤 비행기에선 곱절로 힘들었다. 피곤해서 잠은 오는데 혈액순환이 되질 않아 다리가 계속 아팠다. 주물러도 잠깐 해소될 뿐, 자다가 다리 아파서 깨기를 반복하다 결국 4시쯤엔 완전히 잠이 깨버렸다. 다음엔 꼭 부종양말과 발맛사지 도구를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돈이 정말 많아서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있는 일등석에 앉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면서.
태국의 첫 향기
지루한 비행 끝에 드디어 도착한 태국 방콕의 쑤완나폼 공항. 현지 시각으로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은 이미 11시가 넘은 무렵이었다. 공항은 약간 어두웠고 꼬불꼬불 어지러운 태국 글자들과 여기저기 장식 된 제단 같은 것들, 그리고 확 느껴지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이국에 왔다는 것을 강하게 확인시켜주었다. 2PM 닉쿤이 찍은 관광 포스터도 있었고. 왠지 반갑더라. 으하하. ARRIVAL이라는 글자와 사람들을 부지런히 따라가 입국 수속을 밟았다. 가끔 여행목적을 물어보는 심사원도 있던데, 한 눈에 신혼여행객으로 보였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짐까지 찾고 택시를 타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니 실내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웠다. 그리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감자 찌는 냄새. 아니 왠 감자 찌는 냄새? 직원들이 야참 먹으려고 대량으로 감자를 삶기라도 하는 걸까? 신랑도 감자 찌는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내 코가 이상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의문을 뒤로 하고 공항 직원이 적어준 호텔 이름이 태국어로 쓰여진 쪽지를 들고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는 호텔 위치를 잘 모르는 듯 했다. 되려 우리에게 호텔 위치를 아냐고 물었는데 알리가 있나. 나는 짤막한 영어로 더듬더듬 '빠뚜남 시장 근처'라고 이야기했고 택시기사는 그제야 OK라고 답했다. 정말 제대로 가긴 가는 걸까. 태국에 오기전 읽었던 온갖 '주의사항'들이 떠올랐다. '택시 미터기 사기'도 그 중 하나였었지.

대한항공 키오스크를 처음 써봤지만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이틀 뒤 월요일이 되었다. 오후 5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시간은 넉넉했다. 3박 5일동안 친구가 와서 고양이들 밥과 화장실을 돌봐주기로 했기 때문에 약간의 청소를 했다. 옥탑방에 살던 시절부터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본 친구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치워놔야지. 12시가 넘어서 짐을 챙기고 나가 식사를 하고, 마침 공항리무진버스가 정류장에 닿자마자 도착하는 바람에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3시도 되지 않을 무렵이었다. 평소엔 약속시간에 곧잘 늦으면서 어째 공항에는 매번 일찍 도착하게 되는지.
좌석은 미리 배정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키오스크 기계로 탑승수속을 밟아봤다. 기다릴 필요 없이 간단하게 수속을 밟을 수 있어서 좋다. 좋긴 하다. 그런데 짐은 어디에다 맡겨야 하는 걸까? 키오스크 화면에는 왜 어디에 짐을 맡기라고 표시해주지 않는 걸까? 부근을 서성거리다가 웹체크인이라고 쓰여진 곳에서 짐을 맡겼는데, 수속을 해주겠지만 다음부턴 저기서 하라며 반대편을 가리킨다. 거기엔 '키오스크 고객'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었다. 미처 거기까지 가보진 못했네. 하지만 키오스크 화면이나 티켓에다 표시를 해줘야 할 꺼 아냐? 고객이 모두 대한항공 창구를 모두 꿰뚫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구석에 쓰여있는 것까지 찾아다니며 보라는 건가. 췟췟
출국심사까지 다 마치고도 3시가 겨우 넘었나 싶었다. 탑승까지는 두 시간도 더 남아있었다.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을 찾고, 인터넷에서 사지 못한 것들을 현장 면세점에서 직접 사기로 했다. 작년 겨울에 비하면 환율이 많이 떨어진 편이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운 가격이라 맘껏 지르지는 못했다. 게다가 뭐 하나 보려고 해도 점원들이 찰싹 달라붙어서 설명을 하는 바람에 부담스러워서 편하게 보기도 힘들었다. (자기 물건 사는 것 이외의) 쇼핑을 하기만 하면 급속도로 지치는 신랑 덕분에 오래 돌아다니기도 그랬고. 그래서 우리는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o-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
사실 동남아 노선은 '중,단거리' 노선에 속한다. 유럽이나 미국 가는 것에 비하면 짧다 이거지. 그러나 길어봤자 도쿄까지 두 시간 정도의 거리밖에 가보지 못한 나는 다섯 시간이 조금 넘는 긴(?) 비행이 지루하고 힘들었다. 자리배정을 잘 받아서 뒷자리엔 아무도 없고 화장실도 가까운 창가자리였다. 덕분에 의자는 마음껏 젖히고 화장실도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었지만 좁은 좌석에 몇 시간동안 앉아있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긴 하더라. 다섯 시간도 힘든데 도대체 열 두시간씩 어떻게 타고 가는 건가. 게다가 대한항공이니 좌석이 당연히 좋으리라 생각했건만 현실은 달랐다. 동남아 노선만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지 전에 탔던 일본 노선보다 좌석간격도 좁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비행기 기종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내가 대한항공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창밖을 보는 컨셉을 취하고 있는 신랑. 노을이 질 무렵이라 하늘이 무척 예뻤다.

기내식은 닭고기와 생선을 고를 수 있었는데 둘 다 맛있는 편이었다. 후식은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유럽도 다녀오셨던 아버지께 그 먼 거리를 어찌 다녀오셨냐고 여쭤봤더니 그냥 술마시고 자면 된다고.......-.-;;;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밤 비행기에선 곱절로 힘들었다. 피곤해서 잠은 오는데 혈액순환이 되질 않아 다리가 계속 아팠다. 주물러도 잠깐 해소될 뿐, 자다가 다리 아파서 깨기를 반복하다 결국 4시쯤엔 완전히 잠이 깨버렸다. 다음엔 꼭 부종양말과 발맛사지 도구를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돈이 정말 많아서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있는 일등석에 앉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면서.
태국의 첫 향기
지루한 비행 끝에 드디어 도착한 태국 방콕의 쑤완나폼 공항. 현지 시각으로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은 이미 11시가 넘은 무렵이었다. 공항은 약간 어두웠고 꼬불꼬불 어지러운 태국 글자들과 여기저기 장식 된 제단 같은 것들, 그리고 확 느껴지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이국에 왔다는 것을 강하게 확인시켜주었다. 2PM 닉쿤이 찍은 관광 포스터도 있었고. 왠지 반갑더라. 으하하. ARRIVAL이라는 글자와 사람들을 부지런히 따라가 입국 수속을 밟았다. 가끔 여행목적을 물어보는 심사원도 있던데, 한 눈에 신혼여행객으로 보였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짐까지 찾고 택시를 타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니 실내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웠다. 그리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감자 찌는 냄새. 아니 왠 감자 찌는 냄새? 직원들이 야참 먹으려고 대량으로 감자를 삶기라도 하는 걸까? 신랑도 감자 찌는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내 코가 이상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의문을 뒤로 하고 공항 직원이 적어준 호텔 이름이 태국어로 쓰여진 쪽지를 들고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는 호텔 위치를 잘 모르는 듯 했다. 되려 우리에게 호텔 위치를 아냐고 물었는데 알리가 있나. 나는 짤막한 영어로 더듬더듬 '빠뚜남 시장 근처'라고 이야기했고 택시기사는 그제야 OK라고 답했다. 정말 제대로 가긴 가는 걸까. 태국에 오기전 읽었던 온갖 '주의사항'들이 떠올랐다. '택시 미터기 사기'도 그 중 하나였었지.

노란 꽃장식을 해둔 택시. 택시 안에서도 꽃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
사진은 별로 없고 쓸데없는 글만 가득한 여행기 다음에 계속
at 2009/11/07 13:38


덧글
레일린 2009/11/12 04:25 # 답글
재미있어요 헝헝진짜 장거리 비행은 피곤해요...14시간 비행기 탈 땐..진짜 다리가 ㅠㅠ 불어터지는 기분 ㅠㅠ ㅠㅠ
Luna 2009/11/16 03:30 #
뉴욕에서 한국까지는 14시간이나 걸리는군요. 커헉;일년에 한 번쯤은 왔다갔다 하시는 것 같던데 고생 많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