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신혼여행 <1>

2009년 10월 26일부터 10월 30일까지 3박 5일로 다녀왔던 신혼여행의 기록.



어째서 태국 방콕?

그러고보면 '왜 전통결혼식을 하냐, 웨딩드레스 입고 싶지 않냐'의 절반만큼 들었던 것 같다. 왜 파타야나 푸켓같은 휴양지가 아닌 방콕 시내로 가냐고. 한 두 번 듣는 것도 아니다보니 '내맘임'하고 짤막하게 끊어버리고 싶은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길게 대답했던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요^^'라고 대답했던 것 같군; 가까운 친구들에게나 조금 성의있게 얘기해줬는데 그나마도 '내년에 일본에 가기로 해서 이번엔 간단하게 다녀오기로 했다'는 한 문장이었으니. 하지만 피곤하다. 다들 왜 그렇게 결혼과 신혼여행의 정석을 가르쳐주지 못해 안달을 하는거야. 내 뜻대로 하는게 정석아닌감.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나도 바다가 보이는 멋진 풀빌라에서 흐느적거리며 놀고 싶었다. 그래서 발리에 가려고 했지만, 나혼자 신혼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둘이서 의견을 조정하다보니 어느새 결혼식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가고 싶었던 풀빌라는 예약이 꽉 차서 못 가게 된 것이다. 왠지 김이 새버려서 발리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가이드북까지 샀지만 언젠가 또 갈 기회가 있겠지. 대신 내년에 일본갈 때 제대로 갔다오기로 하고, 이번엔 간소하게(=저렴하게) 가자고 했다.

하지만 일본 이외의 국가에 가본 적이 없는 나는, 도통 어디를 가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여행가고 싶은 나라들은 많았지만 한정된 일정과 한정된 금액과 신혼여행이라는 특수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찾자니 쉽지 않았다. 제주도까지 생각을 해봤다. 제주도도 멋진 곳이긴 하지만 국내인데다 출장으로 아무튼 가봤기 때문에 어쩐지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각. 그 다음엔 홍콩-마카오를 갈까 싶었지만 때마침 홍콩에서 염산테러-그것도 커플을 노린-가 발생했다는 뉴스 때문에 기겁. 괌, 싸이판, 필리핀 등지도 생각해보았지만 바다에서 해양스포츠하고 노는게 과연 재밌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는 영화보고 서점가는 걸 좋아하는 아주 비활동적인 커플이라서 자기야 나 잡아봐라~ 깔깔깔 하고 백사장을 뛰어다니는 행위는 반나절이면 질릴 것(=지칠 것) 같았다. 유적이든 뭐든 뭔가 눈으로 보는게 필요해.

그래서 태국, 방콕에 가기로 했다. 이 때가 결혼식 한 달 전쯤이었다.


역시 직접 알아보는게 최고다

처음엔 호텔과 항공을 묶은 여행사 상품으로 다녀오려고 했다. 태국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좀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가 저렴하면서도 인테리어가 꽤 예뻐보이는 호텔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발견했다. 저렴하게 다녀오는 대신 호텔은 좋은 곳에 묵고 싶었고, 사진상으로는 호텔이 아주 고급은 아니더라도 화사하고 좋아보였다. 시간도 없으니 얼른 예약부터 넣었다. 그런데 막상 예약문의를 하니 성수기라며 돈을 더 내야 한단다. 시간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수긍하고 예약을 걸었다.

그러고나서 태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가던 중 어느 사이트에서 예약했던 여행상품의 호텔 정보를 발견했는데 이럴수가. 고급은 바라지도 않지만 중급도 아닌 그 밑단계에 속한 호텔! 3박 숙박이래봤자 우리가 지불해야 할 총 금액의 1/5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럼 나머지가 다 항공료란 말인가?

순간 빈정이 확 상해버려서 급하게 항공권과 호텔을 따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행출발일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우리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길일이라 결혼식이 많단다. 그래서 신혼여행객도 몰렸다. 땡처리 항공권까지 알아보았지만 아주 저렴한 항공권은 얻을 수 없었다. 만약 저렴한 항공권을 얻을 수 있었다면 페닌슐라 호텔이나 반얀트리 같은 초특급 호텔에 머무를 작정이었는데. 으흐흐. 하지만 결혼식 다음날(일요일)이 아닌 월요일 출발 항공을 알아보니 적당한 가격으로 나온게 있었고, 호텔 역시 호텔 홈페이지로 가서 특가 상품을 직접 예약했더니 예약상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훨씬 괜찮은 호텔+항공을 예약할 수 있었다. 발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역시 직접 알아보고 수고를 들이는게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26일 출발하여 30일 도착하는 대한항공, 호텔은 '아마리 워터게이트 호텔'이라는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대한항공은 이로써 3번째 탑승. 이럴줄 알았으면 마일리지 카드 진작 만들어두는 건데. 7번째 타는 비행기인데 매번 다른거 타느라 마일리지는 하나도 쌓질 못 했다. ;ㅁ;


여행 준비

항공과 호텔은 지불까지 일사천리로 끝마쳤고(호텔은 신용카드로 결제), 태국은 관광의 경우 무비자이므로 짐을 꾸리는 일만 남아있었다. 나름 신혼여행이라 멋진 바에 갈 계획도 세웠기 때문에 편한 옷 뿐만 아니라 원피스와 샌들, 악세서리까지 챙겼다. 5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편한 옷을 입고 가야했지만, 무작정 편하기만 한 옷이 아니라 나름 멋도 부리고 싶어서 결혼식 전날까지 쇼핑을 했는데, 옷도 옷이지만 역시 옷걸이가 받쳐줘야 멋도 나는거라는 뻔한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다(...)

보다 확실한 짐 꾸리기를 위해 마인드맵까지 만들었다. 마인드맵이라기 보다 그냥 분류표 같긴 하다. 이런 것까지 만드는 것 보면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성격 같지만 실은 엄청 덜렁대는 성격이라 '아차 깜박'하는 순간이 워낙에 많아서 준비해봤다. 태국도 사람 사는 곳이고, 특히 방콕은 대도시라서 있을 건 다 있기 때문에 모든 걸 국내에서 다 싸가려고 애쓰진 않아도 될 것 같다. 태국 역시 220v를 사용하기 때문에 멀티콘센트도 필요 없었고, 5성급 호텔이라서 그런지 모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태국 화장실에 휴지가 비치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휴지가 있어도 질이 좋지 않다고 해서 여행용 휴지도 바리바리 싸들고 갔는데 쓸 일이 거의 없었다. 큰 쇼핑몰같은 곳 화장실은 잘 되어있고, 휴지도 못 쓸정도로 질이 나쁘진 않다. 하루종일 설사를 해서 부드러운 휴지가 간절하다면 모를까. 배낭여행객에게 필요한 여행정보와, 짧은 기간 지내는 트렁크족에게 필요한 여행정보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환전은 우리은행에서 했다. 며칠간 쓸 적은 여행경비라면 은행마다 다른 환전 수수료를 꼼꼼히 따져볼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태국돈의 경우는 우리은행이 훨씬 싸더라. 예를 들어 공시환율이 1THB가 36원이라면, 다른 은행에서는 현금을 구입하려면 38~39원정도 내야하는데, 우리은행은 36원에 가깝게 받는다. 달러로 바꾸고 현지에 가서 달러를 태국돈으로 바꾸는게 더 이득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돈을 바꾸는게 아니라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해야할 정도로 차익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환전할 무렵의 환율은 1THB=35.8원정도 되길래 간단하게 1THB=36원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태국돈은 바트, 혹은 밧이라고 읽는데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 사면 10밧정도 하더라. 물가가 싼 맛으로 여행하는 곳은 결코 아니었다.-.-

여행정보는 '프렌즈 방콕'이라는 중앙books에서 나온 가이드북과 윙버스, 그리고 태사랑(http://cafe3.ktdom.com/thailove/gb/)이라는 유명한 커뮤니티를 참고했다. 여태껏 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태사랑'은 태국과 관련하면 항상 언급이 될 정도로 정말 유명한 사이트였고 유용한 부분이 많았다. 본토발음으로 태국어를 들어볼 수도 있었는데,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정도만 외워갔다. 나머지는 짧은 영어로 어떻게든 될거라는 만용을 부렸다. 무사히 갔다오긴 했으니 뭐.



시작이 무척 장황한 여행기-_-;;;;;;;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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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일린 2009/11/12 02:16 # 답글

    우와 진짜 꼼꼼하게 준비하셨네요
    저 마인드맵 보고 감탄했스빈다!+_+
  • Luna 2009/11/17 05:24 #

    앗 요거 답글을 놓쳤네요. 성격이 꼼꼼치 못해서 꼼수를 써봤어요
    신혼여행가서 뭐 빼놓고 왔다고 당황하면 조금 그럴까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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