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신변잡기

기본적으로는 여태까지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이루었으므로, 어떤 불쾌한 경험이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거가 과거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칠때가 있다. 그것은 사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다. 나는 불행히도, 아주 오래전에 끝난 일이라 해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수가 있다. 과거의 나에게 빙의라도 된 것 처럼. 그래서 어떤 기억들은 삭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떠올릴 때마다, 혹은 우연히라도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불편해지고 괴로워지는 기억들을 shift+delet로 말끔히 지워버리고 싶다.

감정의 문제는, 그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이 타인이라 할 지라도 내 문제다. 해방되고 싶다. 다시 떠올린다 해도, 혹은 그들과 직접 조우하게 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이 끼어들 수 없도록 다른것에 몰두하는 것. 아예 떠오르지 않도록, 흔적을 접하지도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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