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본 건 짧은 일본생활 때였다. 워낙 지진이 잦은 나라라고 하니 흔들흔들해도 '와- 이게 지진이구나'정도의 감상밖에 없었다. 한달에 1-2번은 가벼운 지진이 꼭 있다보니 왠만해서는 놀라지도 않게 되더라고.
예전에도 서울에서 아주 가벼운 지진이 몇 번 있었는데 내가 둔한건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어제건 확실하게 느꼈어. 흔들리는 느낌도 있었지만, 노트북이 흔들거리는게 눈에 보이고 개수대에 놓인 냄비물도 갑자기 쪼르륵 하고 흘러내리더라고. 약진이었음에도 당황스럽긴 했다. 한국에서 물건이 가볍게라도 흔들릴 정도의 지진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아이티 강진 이후 '서울에 강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예상'같은 기사를 보곤 했는데, 서울에 강진이 온다면 엄청나게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인구는 엄청나게 몰려있는데 내진설계 제대로 한 건물은 몇 개나 되려나 모르겠다. 만의 하나라도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그냥 내 목숨 끝났구나 하고 포기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당황한 주민들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진 없는 나라라고 안심하면서 살다보니 어찌해야 할 지 몰랐겠지.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밖에 튀어 나가면 죽으려고 뛰쳐나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책상 밑이나 식탁 밑으로 들어가자. 문이나 벽 옆에는 붙어있지 말 것. 무너지면 바로 깔려죽는거다. 여유가 되면 가스를 잠그고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면 좋다. 이런 상식을 써먹을 필요가 없는게 제일 좋겠다만.
동물들은 자연의 변화를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알아챌 수 있다는데, 우리집에 계시는 세 동물분들은 자연에 살고 계시지 않아서인지 전혀 아무런 낌새도 보여주지 않았다. 다 퍼질러 자고 있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집고양이 삼개월이면 그냥 인간이라고 쳐줘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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