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판매원

그저께 부모님집에 잠깐 다녀왔었다. 이번달에 시골로 이사를 하시느라 새간을 새로 장만하시는데 인터넷 쇼핑에 맛을 들이신 어머니가 좀 도와달라고 하셨다. 우리 어머니의 인터넷 쇼핑이란 네이버에서 쇼핑을 클릭하고 카테고리를 따라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이것저것 골라본 뒤 공책에 적어놓고 나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주문을 하면 은행에 달려가 입금을 하신다. 아무튼 요지는 이게 아니고.

어머니가 골라둔 침대가 있는데 실제 가구 매장에서 파는 것 보다 인터넷에서 파는게 훨씬 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물을 보러가지않겠냐고 해서 차를 타고 가구공단에 가서 수입명품가구를 판다는 매장에 들어갔다. 어머니가 찜해둔 침대는 무려 은장으로 된 꽤나 화려한 침대라서 내 취향과는 거리가 삼만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었는데, 판매원(男)은 어머니와 과년한 딸이 셋트로 왔으니 혼수용품을 구입하러 온 줄 알았던 모양이다.

가을에 결혼할 거라는 어머니의 말에 판매원 曰, "아유~ 누가 데려간데?"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같이 괜찮은 사람;을 어느 복 받은 남자가 데려가느냐란 뜻인가, 아니면 이따우 여자를 어느 미친X가 데려가냐는 뜻인가. 상식적으로 판매원이 나쁜 이야기를 할 리야 없겠지만. 

그런데 나를 보면서 이어지는 말, "내 타입인데~" 찡긋.



꺄아아아아아악. 니 타입이면 어쩔건데!!!!!!!

빈말이든 진담이든 곧 결혼할 여자한테 내 타입이라며 찡긋거리는 건 어느 나라 예의범절??????  그런건 절대 칭찬이 아니거든요? 그냥 '신랑님 참 부럽네'정도면 되잖아. 당신 타입이면 어쩔거냐고. 임자없음 대쉬라도 할거임?? 그렇다하더라도 싫은데?? 나 원 참 황당해서.

침대를 사러 간 것도 아니었고, 침대 가격도 무지막지하게 비싸서 구매하지 않고 가게를 나왔지만, 일 퍼센트라도 구매할 마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싹 사라졌을 것 같다. 아니, 두 번 다시 그 가게는 가고 싶지 않을 정도가 되버렸다. -_-;;;

by Luna | 2009/07/05 04:40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0)

걸어도 걸어도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유, 아베 히로시, 하라다 요시오, 키키 키린, 나츠카와 유이

담담했기에 오히려 더 슬프고 아팠던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게다가 아베 히로시까지 출연했으니 서슴치않고 보러 갔는데, 아베 히로시와 나츠카와 유이가 부부로 등장해서 순간 풋- 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드라마 '결혼 못 하는 남자'에서 옥신각신하던 사이로 출연했었다. '결국 결혼했어 풋-' 이런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물론 드라마와 영화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따스함, 정겨움, 애정, 사랑 같은 단어들을 반드시 연상시켜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오가고 있을까.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죽은 형의 기일에 모여 떠들썩하게 식사준비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은 화기애애하지만은 않다. 죽은 형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면서 집과 부모님을 불편해 하는 동생, 부모님 집에 들어와 살려고 눈치를 보는 딸 부부, 사별한 경험때문에 환대받지만은 못하는 동생의 아내, 형 덕분에 목숨을 구한 아이를 매년 기일마다 초대하면서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어머니, 위엄을 부리며 애써 거리를 두는 아버지...... 어머니가 궁금해하던 스모 선수의 이름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떠올리며,  언제나 이렇게 한 발짝씩 늦는다니까-라고 말하는 둘째 아들의 말처럼, 가족이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미워도 미워할 수만은 없고,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잘해주지 못하고 후회하게 되는. 걸어도 걸어도 닿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그런 존재.

이게 바로 진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였다.

by Luna | 2009/07/05 04:10 | >>>영화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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